Veiry's Personal Homepage S8 -The classic-

続)身の程知らず

180605

나는 또 影清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치 데자뷰처럼, 불길한 유성 하나가 밤 하늘을 수놓았고 그는 또 다시 큰 칼을 휘둘렀다.
"身の程知らず!(분수도 모르는 것이!)"
여전히 무서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도망치지 않고 그의 칼을 받아냈다. 빛과 열기로 온몸이 녹을 듯한 순간 눈을 떴다. 역시나 꿈이었다.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은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또 무척 짧았다. 이룬게 있다면 있다고도 없다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난 물론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그래도 확실한게 있다면 그 때보다는 나를 많이 알게 됐다는 것. 두려움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할 수 있다. 멋진 나, 훌륭한 내가 아닌, 한심한 나, 흉측한 나와도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이제 정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내 차례가 아니다. 공격을, 시련을 먼저 인내하고 받아내야 한다. 나는 또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패배를 한심하게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말 그대로 분수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강해질 수 있을지도. 바로 한 발짝 앞에 가혹한 패배가 덫을 놓고 기다리는지, 달콤한 승리가 축배를 들려 하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지금은 그저 다시 한 발자국 내딛어야 할 뿐이다. 끝나지 않은 그와의, 어쩌면 나와의 싸움을 향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