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iry's Personal Homepage S8 -The classic-

모기

180617

슬슬 모기의 계절이 다가온다. 작년 12월까지도 모기가 있어서 이놈들은 참 징하다 싶었는데 다행히 그 이후로 집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은 없었는지 거의 반년을 쾌적하게 모기free로 살았다. 5월에도 가끔 한 마리 정도는 본 적이 있었지만 6월이 되니 심심찮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긴 이제 여름이니까.

단순히 내 기분 탓일까? 올해 여름은 시작이 조금 더딘 것 같다. 6월도 절반이 지나갔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덥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밤에는 창문 열고 자면 추워서 그저께 빗소리 들으려고 창문 열었다가 금세 몸이 추워지더니 갑자기 고열과 오한이 습격해, 주말이 끝나가는 오늘까지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 이 정도 기온에 감사해야지.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겨울을 손꼽아 기다리며 요즘 한국의 여름을 저주할 게 뻔하다.

여름이 돌아오고 또 모기가 나타나면 매년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이쿠가 한 소절 있다.

目出度さはことしの蚊にも喰れけり(경사로구나 올해도 모기에게 또 물렸도다) / 小林一茶(고바야시 잇사)

아니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이면 올해도 모기에 물린게 경사라고 까지 표현했을까? 해설을 보면 잇사가 이 하이쿠를 읊었을 때는 말년이었는데, 늙어서 피골이 상접한 자신의 몸에 달라 붙어 피를 빨아대니, 아직도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고 한다. 아직 30대인 나로서는 결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글쎄 나도 나이가 더 들면 저 하이쿠에 마음 깊은 곳부터 동의할 수 있게 될까?

어머니를 일찍 여읜 한 친구는 가끔은 그 지겹던 엄마의 잔소리조차 너무 그립고 듣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진절머리가 나는,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운 상대나 상황도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리워할 수 있게 될까? 삶이란 그런 개인적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나가는 작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