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iry's Personal Homepage S8 -The classic-

머리와 꼬리 그리고 몸통

191120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무척 흔한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통은요?"

물론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니 몸통이 껴들 자리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지워진 몸통이 매번 가여웠다.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머리와 꼬리를 빼면 전부 몸통인데,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몸통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 걸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가수가 콘서트 투어를 하면 대개는 첫콘과 막콘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첫콘은 완성도는 비교적 떨어지지만 막 시작했기 때문에 끓어오르는 분위기가 특별하다고 한다. 또 막콘은 마무리하는 대단원이다 보니 마지막을 불태우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특별하다고 해서 팬들이 첫콘과 막콘에만 몰리고 나머지 날에는 텅텅 빈다면 흥행은 참패가 아닐까?(물론 현실에서는 전부 가득차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흥행은 첫콘과 막콘이 아니라 몸통을 이루는 중콘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실상은 가장 홀대 받는다.

특징이 확연한 머리와 꼬리에 비해 몸통은 밋밋하다. 하지만 말했듯이 나머지는 전부 몸통이며 머리와 꼬리조차 몸통에 이어져있다. 자꾸 몸통에 이입하는 것이 사실은 내가 몸통이기 때문은 아닐까. 별 특징 없이 평범하지만 다수를 이루는...우리 대부분은 사실 몸통일 것이다. 머리와 꼬리 이야기는 세상에 차고 넘친다. 이제는 평범하고 조금 재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장삼이사들의 몸통 이야기가 듣고 싶다. 더 많은 몸통의 서사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