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iry's Personal Homepage S8 -The classic-

조삼모사와 조사모삼

201002

누구나 알만한 고사인 조삼모사.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주고 저녁에는 네 개를 준다고 하자 반발하던 원숭이들은, 반대로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준다고 하자 만족해했다고 한다. 원숭이들은 지금까지도 멍청하다며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정말 원숭이들은 멍청했을까?

일하다 보면 가끔 손님이 7명 그룹으로 올 때가 있다. 우리 가게에는 4인석과 2인석 테이블만 있으므로 대개는 4인석 두 테이블에 3명과 4명으로 나눠 앉는다. 6명까지는 어떻게든 한 번에 음식을 내려고 하지만, 7명부터는 주방 공간의 한계도 있고 또 음식도 식으므로 두 번에 걸쳐 나눠서 낸다. 자 이 때, 3명 테이블과 4명 테이블 어디에 음식을 먼저 내는게 좋을까? 차이가 있을까 아니면 별 상관 없을까?

물론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 있고, 구성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테이블에는 전부 여성, 다른 테이블에는 전부 남성이 앉아있다면 숫자와 상관 없이 여성 테이블에 먼저 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또 내 경험에 의하면 남성이 더 식사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또 쓸데 없는 장유유서 문화 때문에 나이 혹은 직급이 더 낮은 사람들에게 먼저 주면 불편해하거나 심지어 상급자가 음식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도 있기 때문에,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 상급자들이 앉은 테이블에 먼저 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 실험에서 "진공상태의 완전한 구"를 상정하고 실험을 시작하듯, 구성원 사이의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현실에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3명과 4명 테이블 어디를 먼저 주는게 나을까? 혹은 차이가 없을까?

차이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4명 테이블을 먼저 주는 편이 낫다. 한 그릇당 대략 준비 시간이 2분 걸린다. 그럼 3명은 6분, 4명은 8분이다. 7명이 같이 들어왔기 때문에 나갈 때에도 함께 나갈 가능성이 높다. 두 테이블의 식사 속도가 같다고 가정할 때, 4명 테이블을 먼저 줘야 식사를 먼저 끝내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짧다. 사소한 차이지만 2분은 생각보다 길다. 모두 음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좀 더 긴 대신, 식사를 먼저 받은 테이블이 다 먹고 기다리는 시간이 짧은 편이 덜 지루하다. 이처럼 얼핏 생각하면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의외로 차이가 큰 상황이 있다. 비단 이 뿐만이겠나.

다시 조삼모사 이야기로 돌아가자. 원숭이들은 정말 멍청했을까? 물론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막 일어나서 하루의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아침에 좀 더 먹고, 하루 일과가 끝나고 곧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저녁에 덜 먹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직접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고 일반적인 경험만으로 상황을 쉽게 재단하여 남을 멍청하다고 여기는 일이 실제로도 많다.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야 말로 오히려 원숭이보다 멍청한게 아닐까. 남의 일을 보이는 양상만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