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iry's Personal Homepage S8 -The classic-

시즌8을 시작하며

180605

시즌8이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미 2015년에 XE에서 워드프레스로 갈아타야지 하면서 시즌8 구상을 했는데, 워드프레스 깔고 조금 끄적끄적거리다가 정작 시작도 못하고 흥미가 사라져버렸다. 다시 약 3년을 방치하면서 계속 "아 글을 써야 하는데..." 하며 미루다가 결국 임계점을 넘어 뚝딱뚝딱 만들었다.

사실은 내가 직접 짜는 블로그에 욕심이 생겨 한동안 php와 mysql을 열심히 봤다.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짜기 위해서는 그리 어려워보이진 않았다. 다만 DB를 계속 쓰는게 맞는지, 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초로 썼던 cgi 보드는 업체에 서버가 있던 것이니 뭐 그렇다 치더라도, 그 이후 최초의 설치형 방명록이었던 "퓨라드"(아아 정말 아련한 이름이다)나 이후 약간 블로그 느낌으로 썼던 아이리스 보드, 그리고 완전 db로 갈아탄 제로보드4 등은 나중에 다른 걸로 갈아타면 이전에 쓴 글을 보기가 어려웠다. 물론 백업을 해놓는다지만 그냥 클릭해서 슥슥 읽을 수 있는 것과 뭔가 설치를 하지 않으면 보기 불편한 것은 접근성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백업 파일도 제대로 신경 안 쓰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쓰던 XE 이전 자료는 어디 갔는지도 모르게 다 사라지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 때는 내 홈페이지인데 내 홈페이지가 아닌 적도 있었다. 거의 커뮤니티나 마찬가지로 친한 친구들이 글을 쓰고 답글을 달던 시대도 있었다. 그럴 때에야 회원 아이디가 필요하고 조회수니 포인트니 하는 것들을 저장해야 하므로 DB가 필수였지만 글쎄, 초창기처럼 다른 이의 참여가 전혀 필요 없는,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나를 전시하되 남의 반응은 알 수 없는 홈페이지로 돌아간다면 굳이 DB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php와 DB를 쓰면 내 데스크탑을 서버로 돌리는게 아닌 이상 오프라인에서는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난 왜 맨 처음 홈페이지가 갖고 싶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역시 내 글을 내 마음대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XE로 수 년을 돌린 홈페이지의 글이 고작 천 개 정도니, 그 정도라면 조금 귀찮더라도 충분히 html로 구성이 가능하다. 그리고 언제든, 설령 인터넷이 안 된다 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쉽게 예전 글들을 읽을 수 있다.

홈페이지가 있는 동안에도 물론 항상 글을 쓸 수 있는 다른 공간은 존재했다. 홈페이지 이전에도 나우누리가 있었고, 또 홈페이지와 함께 다음 카페가 있었으며, 싸이월드가 있었고, 페북이 있었다. 지금은 트위터를 많이 쓴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만든 후부터 내 인터넷 글쓰기의 구심점은 항상 홈페이지였다. 요즘 같으면 오히려 트위터라는 훌륭한 서브 플랫폼(과연 서브일까?)이 있기에 "아 자살하고 싶다" 같은 쓸데 없는 짧은 글은 굳이 홈페이지에 쓰지 않아도 된다. 좀 더 길고 진중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시간내서 쓰고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기에는 여건이 더 좋아졌다. 그리고 버튼 몇 번 눌러서 띡띡 게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정말 쓰고 싶은 글 위주로 쓰게 될 듯한 느낌도 든다.

글을 그리 잘 쓰지도, 또 엄청 많이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삶에서 글을 배제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어찌됐건 나는 그 때도 지금도 무언가 쓴다.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인간이다. 주변 환경과 또 내 마음의 문제로 오랫동안 집을 비워뒀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갈 때다. 즐거움이 가득한 나의 "스윗 홈"을 다시 꾸려나가 보자.